음식 저널리스트 비 윌슨이 “식문화를 반영하는 상징적이고 함축적인 도구”라 표현한 커틀러리. 그중에서도 스테이크 나이프는 서양 식사의 메인 코스인 육류를 먹을 때 꼭 필요한 도구다. 스테이크 나이프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그 유래와 에티켓은 물론 제품 고르는 방법을 소개한다.

HISTORY & ETIQUETTE

1 손잡이와 칼날 모두 스테인리스를 사용한 트라몬티나의 ‘점보킹’ 나이프는 이딸리빙. 
2 입체감 있는 삼각형 모양의 금속 손잡이를 덧댄 칼슈미트의 ‘1829 블랙매직’ 나이프는 휴엠선우. 
3 WMF의 ‘올 스테인리스’ 나이프는 SFC인터내셔널. 
4 에보니(흑단)로 만든 검은색 손잡이의 클로드 도조메 나이프는 라기올코리아. 
5 볼륨감 있는 손잡이라 오래 쥐어도 편안한 지앙의 ‘에메’ 나이프는 트리아농.

귀족들이 식사 때 손을 더럽히기 싫어 사용하던 나이프가 점점 대중을 통해 확산되면서 커틀러리는 테이블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포크가 등장하기 전까지 중세인들은 나이프 2개를 들고 하나는 자르는 용도로, 하나는 찍어 먹는 용도로 사용했는데 이때 칼날의 끝은 흉기 못지않게 날카롭고 뾰족했다고. 식당이나 초대받은 식사 자리에 개인용 나이프를 지참하고 다니던 사람들은 대화가 틀어지면 나이프를 흉기로 사용하거나 암살 수단으로도 사용했다. 지금처럼 끝이 둥그렇고 무딘 나이프는 도구의 폭력성을 알아차린 리슐리외 추기경과 나폴레옹 황제가 엄격한 칙령을 내린 이후 등장한 것. 나이프가 주요한 식사 도구로 자리 잡자 지켜야 할 테이블 매너와 에티켓도 생겨났다. 우선 스테이크를 먹을 때는 오른손에 나이프를 쥐고 왼손에 포크를 쥐는 것이 기본. 고기는 오른쪽이 아닌 왼쪽부터 써는 것이 정석이다. 나이프의 날카로운 톱니 부분을 고기에 대고 밀었다 당기는 행위를 반복하며 자르는데, 이때 너무 느리거나 너무 빠른 것은 실례다. 중세 시대처럼 나이프로 음식을 찍어 먹거나, 칼날에 묻은 소스를 혀로 핥아 먹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위다. 가슴선 위로 나이프를 치켜드는 것은 상대를 위협하는 신호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HOW TO CHOOSE

6 에보니로 만든 라기올의 ‘포르쥬 드 라기올’ 시리즈 중 ‘혼팁’ 나이프는 라기올코리아. 
7 나무의 질감을 살린 두툼한 손잡이의 트라몬티나 ‘크로노스’ 나이프는 이딸리빙. 
8 가볍고 사용하기 편한 ‘퍼펙션’ 나이프는 휘슬러. 
9 매끈하고 가느다란 디자인이 돋보이는 벨로 아이녹스의 ‘플래티늄’ 나이프와 ‘스피릿 티타늄 브론즈’ 나이프는 모두 쉬즈리빙.

 나이프를 고를 때는 우선 칼끝 모양을 확인할 것. 칼등이 곧게 뻗어 있고 칼날이 끝을 향해 추켜올라간 모양은 하이 팁high tip, 칼등과 칼날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모양은 센트럴 팁central tip, 칼등과 칼끝이 둥그렇게 이어지고 칼날 면적이 넓은 모양이 로 팁low tip인데, 그중 절삭력이 뛰어나고 질긴 육류를 써는 데 적합한 나이프는 하이 팁 모양이다. 칼날의 모양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톱니가 새겨지지 않은 매끄러운 나이프는 육질이 부드럽고 자르기 쉬운 안심에 적합하다. 칼날에 매끈한 절삭 면을 만들고 미세한 세로 홈을 빼곡히 채워 절삭력을 높인 나이프는 등심스테이크를 먹을 때 추천한다. 티본스테이크나 포터하우스 스테이크처럼 뼈가 있어 살을 발라내며 먹어야 하는 스테이크에는 끝이 톱니바퀴처럼 울퉁불퉁한 나이프가 정석이다. 손잡이는 나무나 금속으로 된 것이 대부분인데, 묵직하고 안정감 있게 사용하고 싶다면 나무를, 손아귀 힘이 없어 가벼운 것을 선호한다면 금속 소재를 고르면 된다. 수백 년의 역사를 간직한 유서 깊은 회사의 제품부터 실용적인 제품까지 나이프는 선택의 폭도 넓다. 미슐랭 셰프들이 사용해 널리 알려진 프랑스의 나이프 명가 라기올, 럭셔리 아웃도어 나이프와 디자이너 나이프로 유명한 프랑스의 클로드 도조메, 실용적인데다 캐주얼 나이프부터 관리가 까다로운 부티크 나이프까지 다양한 라인을 갖춘 독일의 휘슬러나 WMF, 200년 역사를 간직한 독일 장인이 만드는 칼슈미트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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